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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생성일
2024/01/27 11:34
태그
#미국
#중국
#화웨이
#반도체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전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
매년 10%가 넘는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미국을 위협하는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발돋움 했는데요.
2019년,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이 본격화했습니다.
이에 중국 역시 미국에 보복 관세를 발동하면서 미국이 자유무역을 가로막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다만, 미국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습니다. 그간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공정한 무역 행태를 방해해 왔다는 겁니다. 이로 인해 천문학적인 무역 적자에 시달려왔다고 덧붙였는데요. 이와 함께 특허 침해, 중국에 투자한 해외기업 기술력 탈취, 환율 조작 등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관세 갈등으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은 겉잡을 수 없이 번지는 흐름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IRA, CHIPS 등 비관세 장벽을 세우고 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등 차세대 산업 분야에서 대중국 제재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끝이 안보이는 미국과 중국 갈등, 큐레이션에서 정리해 봤습니다.
[국제 한입] 반도체 전쟁, 따돌리려는 미국과 따라가려는 중국 | 발행일 : 2023-02-06
반도체 전쟁, 따돌리려는 미국과 따라가려는 중국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이야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이 다툰다는 이야기도 너무나 커다랗고, 최첨단 산업의 근간인 반도체 시장의 향방도 가늠하기 힘들 만큼 거대한 이야기입니다. 매일 뉴스는 쏟아지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눈에 조망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오늘 <국제 한입>은 미·중 반도체 전쟁의 큰 그림을 그려보려고 합니다. 짧은 글에 거대한 이야기 전부를 적어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상황이 돌아가는 흐름만큼은 담을 수 있을 테니까요. 목표는 두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겁니다. 왜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를 두고 다투는 걸까요? 그리고 둘은 반도체 전쟁에서 어떤 전략을 택했을까요? 배경: 미·중 갈등의 격전지 된 반도체 미국과 중국의 기 싸움은 전방위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그중 가장 치열한 전장을 꼽으라면 반도체 산업이라 말할 수 있는데요. 자연스레 질문이 떠오릅니다. 왜 하필 반도체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반도체 산업이 굴러온 방식과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구조.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에 다양한 국가가 참여하는 걸 볼 수 있다.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글로벌 분업: 반도체는 다양한 재료와 장비를 사용하고, 또 수많은 공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데요. 그 복잡한 생산 과정이 한 기업, 한 국가 안에서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여러 국가가 각자 특화된 분야에서 역할을 수행하며 반도체 공급망을 굴리고 있죠. 이를테면 반도체 설계는 미국이 잘하고, 제조는 대만과 한국이 앞서가며, 일본은 소재, 유럽은 장비에서 우위를 보이는 식입니다. ️⚠️ 흔들리는 공급망: 이러한 구조는 꽤나 효율적입니다. 여러 기업과 국가가 각자 잘하는 일에 집중하며 협력하니 전 세계 차원에서 반도체가 효율적으로 공급될 수 있겠죠. 하지만 이건 공급망이 원활하게 작동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몇 년간 반도체 공급망이 휘청이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요. 분업이 단계별로 짜여 있다 보니 그중 한 단계가 멈추면 전 과정이 함께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 미국의 위기감: 지금까지 미국의 여러 기업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계와 연구 및 개발에 몰두해왔습니다. 애플이나 엔비디아 같은 기업은 설계 이후의 공정, 그러니까 제조(파운드리)나 패키징, 검수를 대만, 한국, 중국 같은 동북아 국가에 맡겨왔죠. 설계가 그 뒤의 공정보다 더 큰 부가가치, 즉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그 결과, 미국은 공급망의 불안정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국내에서 모든 생산 과정을 담당할 때와 달리, 국경 밖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미국은 반도체를 구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죠. 📱 첨단 기술의 필수재: 문제는 반도체가 첨단 산업 어디에든 쓰인다는 사실입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서버 등등 당장의 산업을 가동하는 데도 필요하고, AI처럼 미래의 핵심이 될 기술을 육성하는 기초가 되기도 하죠.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첨단 무기 체계를 개발하고 유지하는 데도 필요불가결한 부품이 됩니다. 요컨대 반도체가 없으면 국가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말인데요.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 공급망에 관한 행정명령'. 팬데믹과 기후 변화, 지정학적 경쟁 등의 위험 요인을 열거하며 미국이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 The White House 😤 효율성보단 안정성: 결국 미국은 깨달았습니다. 효율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 설령 효율을 포기하더라도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급선무라는 사실을 말이죠. 이제 미국은 다른 국가와 협력하는 것보다도 자국 내로 반도체 공급망을 끌고 오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의 역할을 대체(디커플링)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중국과 살벌하게 다투는 와중에 반도체가 인질이 되는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는 마음입니다. 👑 패권을 둘러싼 다툼: 한편으로는 반도체 산업의 안정을 추구하는 걸 넘어, 패권을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반도체는 국가 산업과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산업입니다. 그러니 만약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키워내지 못한다면 미국의 경쟁자로 떠오르는 일도 없겠죠.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틀어막음으로써, 기술, 산업, 국방 등 국가 발전 전략 대부분을 무력화하고자 합니다. 어떻게든 중국 반도체 산업의 싹을 자르고 싶어 하죠.   미국: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 미국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중국이 반도체 기술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막고, 자국은 범접하지 못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는 거죠. 이를 위한 미국의 움직임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지원, 제재, 외교인데요. 미국 내로 공급망을 끌어오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지원'하고, 중국은 생산 시설과 기술을 갖추지 못하도록 '제재'하며, 이러한 정책에 동맹국이 동참하도록 적극적으로 '외교'하고 있습니다. 작년 8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하는 모습. ⓒ 'CBS NEWS' Youtube 💰 무려 2,800억 달러: 작년 8월 미국은 일명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으로 움직이는 돈만 수백조 원을 웃돌 만큼 무게감이 남달랐는데요. 다양한 내용을 담았지만 요점은 간단합니다. 첫째, 주요 반도체 제조 기업을 미국으로 불러들입니다. 미국 내에 제조 시설을 두는 기업에 보조금(약 51조 원)을 제공하고 세금을 감면(약 31조 원)해주기로 했죠. 둘째,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에 대폭 투자합니다. 약 17조 원을 들여서 미국의 반도체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자 하는데요. 📃 비우호국 내 투자 제한: 이렇게 파격적인 투자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이 법으로 지원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 생산 시설을 새로 짓거나 늘릴 수 없는데요. 메시지는 노골적일 만큼 선명합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으면 중국과는 연을 끊으라는 거죠. 미국의 지원책으로 인해 주요 반도체 기업은 미국에 설비 투자를 늘릴 걸로 보인다. ⓒ 'YTN' Youtube 🏭 주요 기업의 미국행: 실제로 기업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반도체 기업은 주로 동북아에 제조 설비를 두었습니다. 특히 생산 단가를 줄일 수 있는 중국에 공장이 많았죠.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약 52조 원을 들여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세우고, 삼성전자도 향후 20년간 252조 원을 투자해 텍사스에 11개 공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 수출 규제: 바이든 정부는 전임 트럼프 정부의 뒤를 이어 중국에 강력한 수출 규제를 걸고 있습니다. 작년 10월에는 최첨단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한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는 걸 금지했습니다. 반도체 중에서도 7nm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돌릴 수 없도록 막은 건데요. 장비 수출만 막은 게 아닙니다. 미국의 장비와 기술을 사용해서 만든 반도체도 중국 기업에 수출할 수 없도록 막고 있죠. 심지어는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가 중국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지도 못하게 하기도 했는데요. 한마디로 말해, 중국이 반도체를 만들지도, 반도체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지도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 동맹국 참여: 미국의 견제는 집요합니다. 자신뿐 아니라 동맹국도 이런 제재에 동참시키고 있는데요. 최근엔 일본과 네덜란드가 장비 수출 통제에 참여한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현재 반도체 장비 기업의 1위부터 5위까지가 미국, 일본, 네덜란드 국적 기업입니다. 이 세 나라가 수출 통제에 나선 이상 중국은EUV, DUV 등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장비를 구할 길이 없어졌죠. 👥 동맹국으로 꾸린 공급망: '칩4(CHIP4)'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칩4는 미국, 일본, 대만, 한국이 완결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꾸리겠다는 구상인데요. 미국이 믿을 수 있는 우방 사이에서만 반도체 분업을 하겠다는 계획이고, 또 한편으로는 중국을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중국: 반도체 굴기 위해선 자립해야 중국으로선 갑갑하기 그지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반도체 산업을 키워오고 있었는데, 세계 패권국이자 반도체 업계의 선두 주자 미국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견제에 나섰으니까요. 중국에 남은 선택지는 하나입니다. 미국 공급망 밖에서 어떻게든 힘을 기르는 거죠. 💰 국가가 키운 반도체: 중국은 20세기부터 반도체 산업 육성에 열을 올려왔습니다. 미래에 자국의 국력을 결정할 핵심 산업으로 상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지원했는데요. 특히 2014년부터는 반도체 기금을 조성해서 어마어마한 액수의 지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2014년부터 시작된 1차 기금의 규모는 1,387억 위안(약 250조 원)에 달하고, 2019년 발족한 2차 기금은 2,000억 위안(약 368조 원)을 넘었죠. 중국의 집적회로(IC) 산업은 매년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 인천연구원 📈 성장 추이: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거의 매년 20%의 확장을 이뤄왔는데요. 특히 반도체 후공정(반도체 조립, 패키징, 검수)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38%에 이르렀습니다. 반도체 위탁생산, 즉 파운드리에서도 작년 세계 시장 점유율 10%대로 올라섰죠. 아직까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선두엔 미국, 대만, 한국 등이 있지만, 2010년대와 2020년대 들어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국가는 분명 중국입니다. 🤦‍ 약점 찔린 중국: 하지만 그런 중국에도 약점이 있는데요. 중국은 아직 설계와 장비 같은 핵심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이 반도체 제조에서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뤘다 해도, 이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외국의 설계 기업, 장비 기업과의 교역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죠. 그런데 미국이 그 정곡을 찌른 겁니다. 미국과 동맹국으로부터 장비와 기술을 받지 못한다면 중국의 성장에는 큰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 현실화하는 피해: 중국의 피해는 만만치 않을 걸로 보입니다. 당장 중국 파운드리 기업은 제조 장비를 수입하지 않고선 미세 공정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유력 파운드리 업체 SMIC의 생산 수준이 10년 전까지 후퇴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2021년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국 내 최대 반도체 기업인 하이실리콘이 무너진 것처럼 중국 반도체 산업에 큰 타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작년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과학기술의 자립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 'France 24 English' Youtube ✊ 자급화 전략: 암울한 상황이지만,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핵심 기술을 해외에 의존해서 이 문제가 벌어진 셈이니, 이제는 외국에 의존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는 건데요. 중국은 핵심 기술 및 공정을 국산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가의 자금 투자의 방향도 달라졌습니다. 중국이 해외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 설계, 장비, 소재 분야에 대폭 투자하기로 했죠. 최종적인 목표는 미국이 문을 걸어 잠근 글로벌 공급망을 떠나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겁니다. 🤔 승자는 누가 될까?: 중국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편에서는 미국의 제재가 결국은 중국의 자립화를 앞당기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경고합니다. 작년 8월엔 SMIC이 네덜란드의 EUV 장비 없이 7nm 공정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보도된 것처럼 말이죠. 반면 설계와 장비 기술은 그렇게 단시간 내에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SMIC의 성과만 해도 7nm 공정의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건데요. 중국이 핵심 기술을 개발할 때까지 글로벌 공급망 밖에서 버틸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입니다.   커다란 그림을 알고 나면 이제 우리가 선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두 고래 사이에 끼어버린 새우, 한국을 말하는 건데요.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 난감한 상황에 부닥쳐 있습니다. 대만, 일본을 따라서 오랜 우방 미국에 동조해야 할 것 같다가도,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중 약 40%가 중국으로 향하는 걸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하죠. 반도체가 중요한 만큼, 우리나라가 이 위기를 어떻게 건너가는지가 향후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3줄 요약! 국제 분업을 통한 효율성보다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을 추구하는 미국 지원, 제재, 외교 등 전방위적 수단 동원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는데 큰 타격을 입게 된 중국, 관건은 핵심 기술을 국산화할 수 있을지 여부 Reference    김용균·최세중(2022),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의 주요 내용과 영향, 나보 포커스 제50호. 경희권(2022),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의 정책적 시사점, i-KIET 산업경제이슈 제141호. 김양팽(2022),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정책적 시사점, i-KIET 산업경제이슈 제137호. 조은교(2022),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현황과 시사점, 인천연구원 INChinaBrief 414호. 조은교(2022), 중국 반도체산업의 공급망 현황과 자립화 전략, KIET 산업경제. 도원빈·김경훈(2022),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른 한국의 기회 및 위협요인, 한국무역협회 Trade Focus 제35호.   경희권·이준(2021), 바이든 반도체 공급망 조사 행정명령의 함의와 한국의 대응방향, KIET 산업경제.  정형곤 외(2021),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어요
미국과 중국의 전방위적인 갈등 속에서도 가장 뜨거운 전장은 단연 반도체 산업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반도체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품입니다. 스마트폰부터 컴퓨터, 자동차, 서버 등 안들어가는 곳이 없는데요. 최근엔 각종 무기에도 반도체가 이식되면서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가 되어버렸죠.
문제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 기반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겁니다. 제조, 패키징, 검수 등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미국이 위기감을 느끼게 된 건데요. 미국이 반도체 분야 제재에 나서자 중국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서방의 기술 의존 없이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 건데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 그 내막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국제 한입]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외교 정책은? | 발행일 : 2022-09-18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외교 정책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국 바로 세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최근 인플레이션법과 반도체법, 바이오 산업 행정명령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첨단 산업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는데요. 동시에 동맹국을 규합해 '수정주의' 세력인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압박하고 있기도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그리는 미국 중심의 세계,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바이든 정부의 정책 기조는?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이후 슬로건은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BBB)'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망가뜨린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복원하고, 세계의 중심으로서 미국의 역할을 다하겠단 거죠.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란 정치적으론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경제적으론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를 따르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질서를 뜻합니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목표를 세웠는데요. * 미국의 힘과 외교적 역량을 활용해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 규합 * 첨단 산업의 공급망을 미국과 그 동맹국을 중심으로 재편해 중국 견제 * 미국 내 중산층 복원을 통한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건과 기후 관련 국제기구를 탈퇴하고,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는 상대국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등 대외정책에서 미국의 이익만을 우선시하곤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중심에 두되,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의 경제를 부흥한다는, 보다 유화적이고 전략적인 태도를 보이죠. -------------------------------------------------------------------------------- 동맹의 규합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은 국제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기존 동맹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경쟁국을 전략적으로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선 인도와 호주, 대만과 한국, 일본을 동원해 중국을 에워싸고, 유럽에선 나토 국가들을 지원하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죠. 특히 미국의 견제는 중국에 집중되는데요.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던 과거와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아시아, 중국을 포위하라! *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ˑ태평양(Free and Open India-Pacific)'으로 요약됩니다. 아베 전 총리가 제안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아들인 중국 견제 구상인데요. 미국의 리더십 아래 인도와 호주, 일본이 중국을 포위하고, 미국과 아시아를 잇는 태평양에서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질서를 관철하는 전략이죠.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 기조는 유지되고 있으며, 위 네 국가의 협의체가 바로 '쿼드(Quad)'입니다. * 쿼드와 함께 미국은 한국과 대만을 핵심 동맹국으로 삼아 중국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은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기지입니다. 미국은 일본과 한국, 대만으로 구성된 '칩4동맹 [https://mydailybyte.com/chip4_alliance_korea_participation/]'으로 중국을 산업적으로 견제하고자 하죠. 얼마 전에는 대만을 '핵심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하는 취지의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됐습니다. 유럽, 러시아를 막아라? * 유럽에선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를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러시아의 확장을 막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러시아가 NATO의 동진을 막으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에 나섰죠.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NATO 국가에 재정적,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의 값싼 에너지 공급처였는데요. 유럽은 에너지의 2~30%를 천연가스에 의존해왔고, 그중 40%가 러시아산이었습니다. 미국은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에 러시아산 가스가 아닌, 좀 더 비싼 미국산 가스를 사 가도록 유도하며 유럽의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려 했는데요. 특히 이번 전쟁을 계기로 미국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미국은 아시아와 유럽에서 중국과 러시아라는 이른바 '수정주의 세력*'을 포위해가고자 합니다. 과거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예멘 등 중동 지역의 분쟁에까지 개입하며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해왔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중동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등 분산됐던 역량을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자 하죠.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국가를 이르는 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로 사용함 하지만 미국 주도의 동맹 강화가 순탄한 것만은 아닙니다. 먼저, 미국과 주요 동맹국의 이해관계가 어긋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데요. 한국은 중국에 반도체 수출의 40%를 의존하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급등한 물가와 에너지 가격에 러시아산 가스를 쓰고 싶어 하죠. 이런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바이든 정부의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 공급망 재편과 중국 견제 미국은 동맹을 강화하는 걸 넘어, 동맹을 기반으로 산업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과 전방위적 단절을 추구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오와 배터리, 반도체(Bio, Battery, Chip; BBC) 분야에서 중국과 단절하려 하는데요. 동시에 'Buy American' 정책으로 주요 제조 기업의 생산 공장을 미국 내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https://mydailybyte.com/inflation_reduction_act_pass_domestic/]과 반도체와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https://mydailybyte.com/creating-helpful-incentives-to-produce-semiconductors/] , 생명공학 및 바이오 행정명령 [https://mydailybyte.com/usa_bioindustry_china_regulation/] 을 통해 첨단 산업의 미국 내 생산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해당 법안과 명령의 골자는 미래 핵심 산업인 전기차와 반도체, 바이오 기업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 이들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림으로써, 공급망 위기와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죠. *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데요. 얼마 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인하를 보류한 것에서도 잘 드러나죠.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전면적인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을 추구하며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켰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주로 BBC 산업에서의 디커플링을 강조하며 국력 소모를 줄이고,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 목표는 중산층 살리기! 동맹 규합과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라는 대외 정책은 '중산층 살리기'라는 대내 정책과 이어집니다. 보수 성향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로 부유층과 소수의 대기업에 우호적이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산층 노동자를 중시하는데요. 기업의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옮기도록 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자의 소득을 높이고자 하죠. * 바이든 대통령은 부자증세와 법인세 인상으로 세수를 늘리고, 이 돈을 첨단산업과 각종 인프라 마련에 투자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얼마 전 통과된 인플레이션법을 통해 대기업의 최소 법인세율을 15%로 못 박고, 부유층의 세금을 높여 약 7,400억 달러(약 1경 원)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죠. * 이렇게 마련된 돈은 기후변화 대응과 복지 확충에 사용되는데요.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 구입에 7,500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9천억 달러를 투입해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또, 미국인들의 약값 부담을 낮추는 등 복지 인프라도 확대할 예정이죠. * 바이든 대통령은 제조 기업의 공장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https://mydailybyte.com/usa_reshoring/] '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 중인데요. 이를 통해 일자리의 양과 질을 높여 미국 내 중산층의 비중을 늘리고, 양극화를 극복하려 합니다. 얼마 전 노동절 연설에서 그는 "(반도체법이) 수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가져오며,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죠. * 바이든 정부는 중산층 복원을 위해 독점기업은 강력하게 규제하고, 노동자들에 호의적인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위를 제소하며 규제에 나섰는데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기름값이 오르자 미국 정유사에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지 말라며 압박하기도 했죠. * 반면, 대기업 노조 결성을 응원하고 철도노조 파업 중재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 노동조합에 호의적인 모습입니다. 그는 "중산층이 미국을 건설했고, 노동조합이 중산층을 만들었다"라며 노동자들의 결집과 권익 증진을 옹호했죠. --------------------------------------------------------------------------------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물가 안정과 인플레이션법 통과, 진보적 의제에 대한 강경한 태도로 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83%)를 받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지지율도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크게 올랐죠. 11월 하원의원 전부와 상원의원 1/3, 그리고 주지사를 새로 뽑는 중간선거를 앞둔 만큼, 그에게 좋은 소식임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난관도 많은데요. 먼저 대외적으로는 전쟁과 에너지 가격의 추이가 관건입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유럽의 가스 수요가 늘고,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미국과 유럽의 동맹 관계에도 틈이 생기고, 에너지 가격과 물가도 다시 오르겠죠. 대내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 정부에 대한 공세에 나서며 다음 대선을 노리는 것도 과제입니다. 이번 중간선거가 향후 대선의 향방을 보여주는 시험이 될 전망이죠. 과연,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의도대로 미국을 '재건'하고,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관철할 수 있을까요? Reference * 김영준,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출범 100일의 평가와 시사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Working Paper 4호 * 김영준 & 신영환,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 특징과 과제. 국가안보와 전략", 21(3), 83-109. * 국회입법조사처, "미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과 한국의 대응방향" BYTE+ 구독자 피드백오늘의 BYTE+ 콘텐츠는 어떠셨나요?BYTE+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말씀해주세요!좋았던 점, 부족했던 점, 개선됐으면 하는 점 등을 적어주시면 최대한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Google Docs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Vl9YUNeWBKfuOZD9OTfTjGFS0r2MZCXfBExlzhzLPXby_eg/viewform]
미·중 갈등의 방아쇠를 당긴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지만, 후임인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중국 때리기'를 이어 갔습니다. 인플레이션법(IRA)과 반도체법(CHIPS), 바이오 산업 행정명령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첨단 산업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는데요. 동시에 동맹국을 규합해 중국 압박에도 나섰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그리는 미국 중심의 세계,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국제 한입] G7 정상회의에선 어떤 이야기 나왔나? | 발행일 : 2023-05-22
친서방 국가들의 친교 클럽으로 여겨지는 G7 정상 회의.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회원국 목록만 봐도 어떤 취지의 모임인지 알 수 있는데요. 작년 G7 회의에서도 중국 견제의 목소리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 중국의 영토 분쟁 사안부터 홍콩, 티베트, 신장 등 인권 문제대만 문제까지 모두 언급했는데요. G7 정상회담이란 무엇인지, 작년 G7 회의에선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국제 한입] 미국과 중국, 어색한 만남 | 발행일 : 2023-06-19
작년 6월, 미국의 외교 총책임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외교부장은 물론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까지 만나 대담을 이어갔는데요. 고위급 인사가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건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그간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워낙 나빴던 만큼 이번 방중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서로간의 다툼으로 최악의 결말을 맞는 것만은 피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번 만남.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큐레이션 오리지널] 미·중 갈등 타임라인 | 발행일 : 2021-03-21~2023-10-26
계속해서 이어져 온 미국과 중국의 갈등.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수많은 제재를 발표했는데요. 중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미국 기업에 보복성 제재를 가하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 원자재를 수출 통제하는 등 나름대로 반격에 나섰죠. 그간 두 국가는 어떻게 싸워왔을까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겨냥해 내놓은 각종 규제들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산업 한입] 중국 양회, 2023 중국의 청사진 | 발행일 : 2023-03-13
1년 동안 중국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선언하는 정치 행사인 중국 양회.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자문 기구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회의를 한번에 일컫는 말인데요. 2023년 양회에서도 중요한 발언과 결정이 연이어 발표됐습니다. 그 가운데 더욱 더 강경해진 대미정책 기조가 있었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미국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중국 양회에선 어떤 말들이 나왔을까요?
[기업 한입] 화웨이, 미국의 수출 규제 뚫고 다시 일어나나 | 발행일 : 2023-10-11
2018년 미국이 자국 정부기관들의 화웨이 및 ZTE의 기술 사용을 막으면서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시작됐습니다.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며 어느새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사이자 5G 분야 최강자로 부상한 화웨이. 기술패권국인 미국으로서는 그런 화웨이를 가만히 놔둘 순 없었죠. 화웨이의 미국 사업을 완전히 틀어막는 것은 물론, 화웨이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것까지 가로막았는데요. 그런데 화웨이가 미국의 규제를 이겨내고 5G 스마트폰을 출시해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화웨이가 어떻게 돌파구를 찾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국제 한입] 대만, 미중 갈등의 또 다른 뇌관 | 발행일 : 2023-01-22 외
어느 때보다 아슬아슬하고 흉흉한 대만해협
한반도가 도미노의 한쪽 끝이라면 대만해협은 그 반대쪽 끝입니다. 도미노가 도미노라면, 어느 쪽이 흔들리든 결국엔 반대편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요. 선뜻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냉전이란 게 그렇습니다. 세계가 두 패로 갈라져 다투는 새로운 냉전에서 중국과 대만의 갈등은 그 둘의 문제로 끝날 수 없습니다. 다툼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서방 동맹과 반서방 동맹의 전면적인 갈등으로 나아가겠죠. 그래서 요즘 대만해협의 상황은 불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중국과 대만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거야 20세기부터 이어진 일이지만, 지금처럼 긴장이 고조된 적은 드물었습니다. 당장 새해부터 위태로운 대치가 벌어지고 있죠. 미국의 구축함은 올해도 대만해협을 가로질렀고 중국은 전투기와 폭격기를 띄워 불편한 기색을 팍팍 드러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과 대만, 미국의 전쟁을 가늠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데요. 전문가는 물론이고 각국의 정부 당국자까지 전쟁을 가정하고 결과를 따져보고 있습니다. 대만의 외교부 장관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이 2027년의 침공을 경고하는가 하면, 미군 해군참모총장이 2023년에도 침공 가능성이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조마조마한 예언과 경고가 오가고 있죠. 전쟁이 임박했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유사시를 헤아려야 할 만큼 상황이 위험하게 돌아가는 건 분명합니다. 다른 어느 때도 아닌 지금, 한반도의 우리가, 대만해협의 위기를 알아보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배경: 위태로운 타협과 깨져버린 현상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대만해협에도 따뜻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중국과 대만이 대화를 통해 화해할 수 있을 거라고, 나아가선 통일도 논해볼 수 있으리라고 서로를 믿었던 때였죠. 양국은 아슬하고 위태로운 타협 위에서 미래를 이야기했습니다. 최소한의 합의를 디딤돌로 삼아 점차 교류를 늘려가고 멀어진 사이를 당겨보자는 구상이었는데요. '92 컨센서스'가 이뤄진 이후 1993년 중국과 대만의 회담이 개최됐다. 사진은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의 왕다오한 이사장(좌)과 대만 해협교류기금회의 구전푸 이사장(우). 🤝 92년 컨센서스: 그 구상의 기초이자 결과가 바로 '92 컨센서스'입니다. 1992년 홍콩에서 중국과 대만 양국의 반관반민 단체가 논의 끝에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요지는 간단합니다.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합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중국과 대만은 서로 별개의 국가가 아닙니다. 언젠가는 통일에 이를 하나의 중국이죠. 🤷‍♂️ 합의 없는 합의: 양국의 목표는 알겠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나의 중국'에 이른다는 걸까요? 문제는 '92 컨센서스'가 그 방법론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하나의 중국'이 장차 어떤 모습으로 실현되는 건지 양국은 말을 아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흡수하는 방식인 건지, 아니면 통일 끝에 두 체제가 융화된 새로운 국가가 성립되는 건지, 경제체제는 공산주의인지 자본주의인지 등 핵심적인 논의를 뒤로 미뤘죠. 사실상 '92 컨센서스'는 합의의 결과물이기보다 향후 호의적으로 합의를 도모해보자는 약속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2015년 중국과 대만은 66년 만에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사진은 대만의 마잉주 총통(좌)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우). 🚫 삼불 정책: 이 알맹이 없는 합의는 그래도 제법 효과를 냈습니다. 특히 대만에서 마잉주 총통(대통령)이 집권한 2008년부터 양안의 교류는 대폭 확대됐는데요. 당시 대만은 삼불 정책을 견지했습니다. 서둘러 통일을 시도하지도(불통), 그렇다고 독립을 주장해 중국을 자극하지도 않으며(불독),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불무)는 원칙이었습니다. 한마디로 현상을 유지하려는 정책이었죠. 어려운 문제는 미뤄두고 중국과 대만의 경제적·문화적·인적 교류를 점점 늘려가자는 구상은 얼추 작동하는 듯 보였습니다. 🔑 현실적 조건: 하지만 아슬아슬한 타협은 역시나 위태로운 현실적 조건 위에서나 가능했습니다. 타협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으로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① 대만이 궁극적으로는 중국과의 통일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대만 내 여론이 중국을 통일 논의의 파트너로 신뢰하는 동시에, 중국도 대만의 통일 의지를 믿어야 하죠.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구태여 무력 통일을 입에 담아서 대만을 재촉할 이유가 없습니다. ② 동시에, 만에 하나 중국이 조급해지더라도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게끔 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만과 그 동맹국이 중국의 군사력 동원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만큼의 억지력을 보유해 중국의 모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하죠. 🚨 달라진 조건: 이 두 조건이 2010년대 중반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대만해협에 적극적으로 간여하는 당사국, 즉 대만과 중국, 더 나아가 미국의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인데요. 그 결과로 대만해협은 일촉즉발의 화약고가 됐습니다. 대만: 중국인? 아니 우린 대만인! 우선 대만의 여론이 달라졌습니다. 중국과 통일해야 한다는 당위에 동의하지 않거나 그 현실성을 믿지 못하는 이들이 확연히 늘었는데요. 세대가 교체되고 여론이 변화하면서 정권도 바뀌었습니다. 2016년 중국국민당을 밀어내고 집권한 민주진보당은 반중·친미 노선을 내세우는 정당인데요.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오로지 대만인'이라고 답한 비율이 자신이 '대만인이자 중국인'이라 답한 비율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자신이 '오로지 중국인'이라 답한 이는 5%가 채 되지 않는다. ⓒ Election Study Center, NCCU-Taiwanese ☝️ "나는 대만인!": 대만과 중국은 왜 통일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가장 확실한 대답은 대만과 중국 모두 같은 중국인이라는 의식에 있었습니다. 양안의 통일은 같은 민족(nation)이 같은 정치 공동체(state)를 꾸려야 한다는 일견 당연한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죠. 하지만 요즘 대만인들의 생각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자신이 중국 본토의 중국인들과 동일한 민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비율이 과반을 훌쩍 넘겼죠. 🤔 "통일, 그거 해야 해?: 당연한 결과로 통일의 당위에 동의하는 이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재 대만에서는 현상을 유지하자는 여론이 지배적입니다. 그리고 현상 유지 끝에 통일을 시도하자는 비율은 10% 아래로 떨어졌죠. 오히려 현상 유지 뒤에 독립을 노려보자는 이들의 비율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 "우리도 홍콩처럼 되는 건가?": 이런 흐름 속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 사태는 쐐기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중국과 대만의 통일 논의는 '일국양제'라는 방법론을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한 나라가 되더라도 중국과 대만은 각각의 체제를 유지하고 상호 존중한다는 그림이었는데요. 대만이 일국양제 방법론이 적절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모형은 이미 현실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홍콩이죠. 홍콩은 1997년부터 일국양제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 중국 중앙정부에 의해 과격하게 진압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체제 존중과 자치의 원칙은 찾아볼 수가 없었죠. 이 광경을 본 대만인들은 생각했습니다. 중국과 통일한다면 작금의 홍콩이 자신들의 미래일지도 모르겠다고요. 2020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의 차이잉원 총통은 연임에 성공한다. ⓒ Ryan lin91 🖐 민진당의 집권: 대만인들의 정체성 변화와 최근 홍콩 민주화 운동의 충격, 이 두 요인은 대만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 정부를 만들어냈습니다. 민진당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집권당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데요. 경쟁 정당인 국민당과 비교하면 민진당의 노선은 뚜렷합니다. 상황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기는 하나, 근본적으로는 통일이 아니라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정당이죠. 😡 중국의 반응: 이런 대만의 움직임을 중국은 무척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대화와 협의를 통해서 대만을 흡수할 수 있으리란 가능성을 점점 낮춰 보고 있는데요. 중국 정부는 2010년대 후반부터는 민진당 정부를 대화 파트너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공산당의 한 인사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의 독립 시도를 단호히 분쇄"하겠다는 문장을 적어서 대만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중국: 통일 위해 남은 선택지는? 대만과 중국이 대화를 통해 통일에 이를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는 듯 보입니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몇 없습니다. 첫째는 중국이 통일을 포기하는 겁니다. 대만이 통일을 원하지 않으니, 중국만 통일을 포기한다면 양국은 서로 다른 주권국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그 지도자 시진핑은 대만 통일을 단념할 생각이 추호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입니다. 위협의 목적이든 아니면 진정 점령 및 합병의 목적이든 군사력을 동원하는 거죠. ✊ '대국굴기'의 상징: 중국은 대만을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중국에 있어 대만은 실리를 떠나 이미 이념적인 문제가 됐기 때문인데요. 중국은 1995년~1996년의 제3차 대만해협 위기를 일종의 트라우마로 여기고 있습니다. 당시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결국 미국이 항모전단을 대만해협에 파견하고 나서야, 중국은 그 이상의 군사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고개를 수그려야 했죠. 이후 중국 정부의 시선에서 대만은 그저 분단된 영토가 아닙니다. 중국이 대국으로 일어서서(대국굴기) 외세 미국의 간섭을 이겨내고 성취해야 할 목표가 됐습니다. 더구나 미·중 갈등이 점점 격화되는 요즘, 대만을 바라보는 중국의 눈은 더욱더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중국에선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진행됐다. ⓒ '뉴스TVCHOSUN' Youtube 📑 공산당 20차 당대회: 하지만 평화 통일의 가능성은 그리 밝지 않은 지금의 상황. 중국의 조급함은 작년 10월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확인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대만과 평화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면서도, 무력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는데요. 시진핑과 중국의 태도가 바뀐 건 아닙니다. 중국은 단 한 번도 무력이라는 수단을 버리겠다고 밝힌 적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조는 바뀌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당대회에서 무력을 직접 언급한 건 중국이 대만 통일에 얼마나 조급해 하는지를 보여주는데요. [DEEP BYTE] 시진핑은 어떻게 3 연임에 성공했을까? #시진핑 #중국 #20차당대회 #황제 #중국정부 #중국공산당 바이트플러스(BYTE+) / 데일리바이트(DAILY BYTE)🐶 JAY 📈 늘어난 군사 행동: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듯, 중국은 대만 인근에서 군사 행동을 늘려오고 있습니다. 대만과 미국의 행보에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대만해협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데요. 최근만 해도 굵직한 사건이 여럿입니다. 연초에는 미국 이지스함의 대만해협 항해에 항의해 실전 훈련을 벌였고, 작년 연말에는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자 군함과 전투기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작년 8월 미국의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땐 미군과 중국군이 아슬아슬한 대치를 보이기도 했죠. 펠로시 대만 방문, 살얼음판 밟는 미중 관계 #펠로시 #대만방문 #중국 #시진핑 #군사적충돌 #TSMC 바이트플러스(BYTE+) / 데일리바이트(DAILY BYTE)🌱 HUNI 🪖 중국군의 제일 목표: 그저 주먹을 휘두르며 위협하고만 있는 게 아닙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군사력을 키워왔습니다. 목표의 제일 앞줄에는 대만이 있습니다. 중국군은 현실적인 작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요. 대만을 침공해 가능한 한 빨리 점령하는 동시에, 점령 과정에서 미국 및 서방 동맹국의 전력을 남중국해에서 거부하는 겁니다. 2010년대에 적극적으로 추진된 군 개혁 및 현대화의 목적이 바로 이에 있었죠. 미국: 중국을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 미국은 고민이 깊어집니다. 물론 아직 미군이 우세에 있는 건 언급할 필요도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근시일 내에 중국이 정말 목표를 이룰 역량을 갖추리라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워게임은 현재 중국군의 전력으론 대만 점령에 실패할 거라면서도, 침공을 막아 세우는 미국과 대만, 일본의 피해가 막심할 걸로 내다봤죠. 과거처럼 항공모함 몇 대를 대만해협에 오가게 하는 것만으로 중국을 억제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 전략적 모호성: 미국은 지금까지 일부러 말을 아꼈습니다.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참전할 건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모험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모르면 중국은 항상 최악을 상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침공 시 대만과 함께 미군을 상대해야 한다는 계산 속에서 중국은 신중해지기 마련이죠. 🗣 유통기한 다 된 모호성?: 하지만 미국 내에선 이제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략적 모호성이 더는 전략적이지 못하다는 건데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 대한 억지력이 점점 감퇴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미국은 이제 어지간한 전력으로는 중국의 침공과 국지전을 막아낼 수 없습니다. 정말 중국을 막아 세우려면 무거운 각오를 하고 전면전을 감수해야만 하는데요. 따라서 중국의 섣부른 행동을 저지른 뒤에 대응하는 건 현명하지 못합니다. 과거엔 적은 비용으로 중국의 시도를 저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할 테니까요. 그래서 이제는 중국의 사소한 도발에도 미국이 득달같이 대응할 거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 우크라이나와 의심: 더구나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라도 미국은 입장을 분명히 할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적으로 군을 투입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대만을 우크라이나와 직접 비교하는 건 부적절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번 미국의 행보는 전 세계적인 의심을 부르고 있습니다. 유사시에도 미국이 몸을 사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어쩌면 중국은 미국의 모호성을 '참전하지 않을 것'으로 해석해 군사적 모험에 나설지도 모르는데요. 😤 전략적 명확성: 그러니 이제는 전략적 명확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미국이 레드라인을 확고히 정하고 그걸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견해인데요. 중국이 선을 넘으면 미국은 반드시 응징과 보복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는 게 요점입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유사시에 군사를 투입하겠다는 발언을 몇 차례 내놓았는데요. 그 뒤에 미국 국방부가 중국의 항의를 무마하고 논란을 수습하기는 했지만, 미국의 입장이 점차 명확성으로 돌아서는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만해협 문제는 우리에게 자꾸만 질문을 던집니다. 중국과 대만의 전쟁이 벌어지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한미군이 참전하는 걸 우리는 허용해야 할까요? 중국이 주한미군 기지를 타격하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요? 만약 우리도 참전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참전해야 할까요? 미군을 후방 보급하는 정도일까요? 아니면 정말 파병까지 감행하는 걸까요? 전쟁이 너무 먼 이야기로 들린다면, 당장 우리와 국경을 맞대는 북한을 생각하는 것도 좋습니다. 중국은 항상 대만해협과 한반도를 대미 외교에서 연동된 카드로 사용해왔습니다. 미국이 대만해협에서 자신을 자극하면 한반도에서 깽판을 놓겠다는 식의 경고가 여러 차례 있었죠. 최근 거세지는 북한의 도발을 봐서라도 중국과 대만 갈등은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할 이슈죠. 모든 문제가 두 진영의 갈등으로 수렴되는 신냉전의 시대, 피곤하겠지만 우리는 한반도 그 너머도 항상 주시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 3줄 요약1. 대만 내에선 중국과 통일해야 한다는 여론이 줄어들고 반-중국 정서가 강해지는 중2. 중국은 대만을 통일하려는 의지를 버릴 생각이 없고,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며 위협하는데3.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모험을 저지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 중 Reference 길윤형·장영희·정욱식(2022),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 갈마바람.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2022), 2023 국제정세 전망, IFANS. 표나리(2022),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 분석, IFANS 주요국제문제분석. 최우선(2021), 대만 군사충돌 시나리오와 한국의 대응, IFANS 주요국제문제분석. 장윤미(2020), '하나의 중국' 원칙과 양안의 갈라진 마음, 현대중국연구 제22권.
펠로시 대만 방문, 살얼음판 밟는 미중 관계
미국의 펠로시 하원의장이 아시아 순방 중 지난 2일부터 이틀간 대만을 방문했습니다. 중국이 격렬하게 항의하고 미국도 응수하는 과정에서 갈등의 불씨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미국 권력 서열 3위의 방문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가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25년 만입니다. *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통일 의지를 굳게 드러내고 있는데요. 다른 나라와 해외 기업이 대만과 맺는 관계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만큼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죠. *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대만 독립·분열 활동을 뒷받침”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2/08/681662/]하고 있다며 과격한 어조로 비난했습니다. * 백악관은 “이번 방문이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았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803002252071?input=1195m]”라는 입장입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도 어긋남이 없다고 밝혔는데요. * 대만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미국의 확고한 대만 지지를 약속하고 중국을 비판하는 선명한 메시지 [https://www.yna.co.kr/view/AKR20220803001351071?input=1195m]를 내놓고 있습니다. 티베트, 홍콩 등 중국의 역린에 해당하는 문제까지 거론해 중국의 심기를 더욱 자극하고 있죠.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치가 위협적인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방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중국은 무력 사용까지 암시하며 방문을 저지하려 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양국 정상의 통화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은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2/07/668184/]라는 거친 경고까지 입에 올렸다는데요. * 실제 펠로시 의장의 전용기가 대만에 가까워지자 중국의 군용기 [https://www.yna.co.kr/view/AKR20220802163251074?input=1195m]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으로 발진해 무력 시위를 벌였습니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 기지에서도 전투기가 이륙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있었죠. * 펠로시 의장이 도착하고 중국은 항의의 뜻으로 4일부터 사흘간 실탄 사격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훈련 [https://www.ytn.co.kr/_ln/0104_202208031117393630]을 진행하겠다 발표한 상황입니다. * 현재 중국이 대만과 근접한 푸젠성에 군사력을 집결 [http://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307954] 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도 대만해역 인근에 전함을 배치한 상태라 긴장이 배가되고 있는데요. 맥락과 전망 1995년 대만 리덩후이 총통의 방미, 1997년 미국 깅그리치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1995년에는 미사일 발사와 전함 배치 등 군사적 대치까지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 이번 갈등은 특히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미국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 [https://www.nocutnews.co.kr/news/5796871]을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할 만큼 미국 의회의 대중국 입장은 강경합니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무던하게 넘기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 시진핑 주석은 본인의 연임을 결정하는 당대회를 앞두고 있기도 한데요. 대만 통일을 확고히 주장해온 시진핑 주석으로선 온건하게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죠. *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역시 오는 11월의 중간선거 [https://www.yna.co.kr/view/AKR20220802004300071?input=1195m]를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외교에서 전임자에 비해 유약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 여론이 바이든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습니다. 경제적 여파 대만을 사이에 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군사적 대치를 넘어 경제 분야로 번지고 있습니다. * 중국은 대만에 수출입 중단 조치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2/08/03/6DWSPFGLZBEY5HBM53V52TSURI/] 를 단행했습니다. 이번 갈등을 이유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시점상 보복의 성격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 품목으론 감귤류 과일과 해산물 일부, 대만 식품회사 제품의 수입이 중단됐고 중국산 천연모래 수출이 금지됐습니다. 대만으로선 중국이 최대 교역국인 이상 가볍지 않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 펠로시 의장은 이번 방문 중에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류더인 회장 [https://www.yna.co.kr/view/AKR20220803017951009?input=1195m]을 만납니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확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 TSMC가 미국이 구상하는 ‘칩4 동맹’의 핵심으로 꼽히는 업체인 만큼 이번 만남이 미국과 대만의 경제적 공조를 논하는 성격을 띨 수도 있겠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BYTE 콘텐츠 * '칩4 동맹'부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까지…. 요새 미중 관계는 바람 잘 날이 없는데요. 도대체 미국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국 외교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걸까요? BYTE 컨텐츠에서 바이든 정부의 큰 그림을 확인해봐요! 👉 [DEEP BYTE] 바이든의 경제·외교 정책 한눈에 보기 [https://bit.ly/39Yx4Gs] * 미국의 고민은 중국과 대만에만 있지 않습니다. 아시아 반대편 중동에서도 미국이 마주한 문제가 산더미인데요. 미국이 왜 중동 원유 증산에 심혈을 기울이는지, 이란의 핵개발은 어떤 관련인 것인지, 알쏭달쏭한 미국의 중동 딜레마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DEEP BYTE] 바이든이 마주한 중동 딜레마 [https://bit.ly/3zpMpZH]
대만 문제는 중국의 '역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나의 중국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죠. 미국도 이러한 점을 의식해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에는 별다른 이견을 내놓지 않는데요. 다만 시진핑 주석이 대만 무력 통일을 직접 언급하고, 대만 해협 인근에서 군사 행동을 늘리는 등 과격한 행보를 보이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작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부터 최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까지, 대만 문제 현황을 차례대로 짚어봤습니다.